이영식 GGM 대표이사, 기어드 모터의 역사를 이루다
거리를 걷다보면 소형 트럭에 한가득 땅콩을 싣고 판매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그 트럭에서는 쉼없이 땅콩이 볶아지거나 가공된다. 너무 흔한 그림이어서 신기할 것은 없다. 그래서 그것을 눈여겨보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던 한 사람이 트럭 옆에 서서 그 장면을 오랫동안 지켜본다. 그 행인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마저 감돈다. 뿌듯한 표정. 무엇이 그가 그런 표정을 짓도록 만들었을까? 이유는 단 하나. 땅콩을 공정하는 기계에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기어드모터가 활용됐고, 그 기어드모터에 회사 상호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글·김종율 기자(people@automotivem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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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서서 땅콩의 공정 과정을 바라보던 그 행인이 바로 GGM의 이영식 대표이다. 이영식 대표는 국내 모터 업계의 산증인이다. 1979년 국제정밀이란 상호로 이 업계에 뛰어들어 현 GGM이란 상호로 이어지기까지 무려 34년 동안 한길을 걸어왔다. 길어도 엄청 길다. 물론 해외에는 2대 혹은 3대로 이어지며 100년 기업 역사를 자랑하는 곳도 다수 있다. 역사란 살아서 강하게 뛰는 ‘맥박’과 같은 개념이어서, 100년 동안 한길을 걸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다르다. 식민지 시대를 지나자마다 한국전쟁을 또 거쳤다. 폐허로 변한 그 척박한 토양을 맨주먹으로 달려온 사회역사가 고작 60여 년에 불과하다. 100년 역사를 간직한 기업을 찾을 수 없는 이유이고, 이영식 사장이 기록한 30년 역사가 국내에서는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혹자에 따라서는 말한다. 과거에는 30년 단위였지만 요즘은 1년 단위로 세대의 변화를 구분한다고. 그만큼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분과 초를 다투며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30년 동안 외길을 달려온 이영식 대표에게 세인의 견해에 따라서는 ‘느림보 인생’이란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괜찮아요?”라며 본 기자가 우려섞인 뜻으로 조심스럽게 물어 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영식 대표는 ‘느림보 인생’을 살아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특유의 편안한 표정으로, 그렇지만 연륜과 깊이를 놓지 않는 통찰의 표정으로 “각자의 인생을 사는 거지”라는 짧은 답을 돌려줬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사람마다 성격과 가치관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시대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삶을 살아왔겠지만 본인은 그런 삶을 비껴 가장 자기다운 생을 살았다는 자부심이었다.
“행복했어요?”라는 다소 도발적인 기자의 질문에 “물론”이라며 바로 답하는 모습에서 후회는 분명 없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GGM이 비록 중견기업이지만 무수한 대기업을 제치고 주거래 은행의 신용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사업 초기에 굴지의 대기업과 맞붙은 특허전쟁에서 승리했던 일을 회상하며 신나하기도 했다.
무엇이 오늘의 GGM을, 오늘의 이영식 대표를 만들었을까?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을 꼽았다. 사람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 설명에 따르면, 지금 그의 곁에는 사업을 시작한 초기부터 30년 세월 동안 함께한 지인들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모터 분야를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의 지인들이 동반자로서 함께 했기 때문에 오늘의 GGM이 있고, 오늘의 이영식 대표가 있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브랜드’가 기억되는 회사
서두에 거론했던 ‘행인’ 이영식 대표의 이야기로 잠깐 다시 가보자. 어느 회사 대표인들 자신의 회사가 만든 제품을 보면 기쁘고 흐뭇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영식 대표의 흐뭇한 미소 역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뿌듯한 표정, 그것은 의미가 달랐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일상에 GGM이 만든 모터가 활용되고 있다는, 특정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생활 깊숙한 곳에서 GGM의 숨결이 존재한다는 이유가 뿌듯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그렇다. GGM의 모터는 항상 살아 있다. 냉장고에서도, 커피 추출 시스템에서도, 자동복권 발매기에서도, 자동판매기에서도, 얼음 분쇄기에서도, 동전교환기에서도, 복사기에서도, 옥외광고기에서도, GGM의 모터는 숨을 쉰다. 이영식 대표가 세상에 존재하는 작은 사물 하나라도 가볍게 흘려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GGM의 모터가 손길 닿는 곳곳에, 발길 닿는 곳곳에 공기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존재하는데 어찌 생활에서 접하는 사물 하나라도 소홀히 바라볼 수 있겠는지……”(이영식 대표)
이렇게 다양한 곳에 GGM 제품이 활용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수익을 내야 하는 곳이고, 수익이 본연의 임무이다. 그렇지 못하면 망한다. 망하면 잊혀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GGM의 전략은 뛰어나지 못 하다. 너무 많은 곳에 제품을 공급하다보니 그만큼 다양한 상품 또한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기 마련이다.
이 기우에 이영식 대표는 자신의 다른 원칙을 강조했다. “물론 일부 분야에서는 수요가 적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GGM은 기어드 모터라는 단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팔고자 한다. 브랜드를 판다는 것은 애플처럼 시대에 한 획을 긋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GGM처럼 고객이 원할 때 (수요가 다소 적더라도)주저하지 않고 그 분야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영식 대표의 판단이 옳았던 것일까. 업계에서는 범용적인 기어드 모터가 아니라 자신의 회사에서만 적용되는 기어드 모터를 필요로 할 때 우선 GGM을 떠올린다. 한때 청계천에 가면 그 어떤 물건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지던 것과 마찬가지로, GGM에만 가면 원하는 기어드 모터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 각인이 된 것이다. 애플과 경우는 다르지만 이영식 대표가 기대했던 대로 GGM 역시 브랜드를 판매하는 데 일정정도 성공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객들의 요구에 더욱 충실히 화답하기 위해 GGM은 최근 연구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더욱 다양한 제품을 이 연구소에서 더욱 잘 개발하여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고객친화를 강조하는 이영식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작품이다.
고객친화를 논할 때 이영식 대표의 작품은 연구소 말고도 하나 더 있다. 세계적으로 대리점 50개를 개설하겠다는 목표가 그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30개에 육박하는 대리점이 개설됐으니,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향후 20여 개가 더 필요하다. 50개의 대리점이면 중견업체로서는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만만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영식 대표는 50개의 대리점 개설에 더 애착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50개 대리점 개설’ 목표는 GGM의 기어드 모터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겠다는 이영식 대표의 고객친화적인 의지가 빚어내고 있는 아직 ‘미완성’ 작품인 셈이다.
기어드모터 하면 GGM
‘최고의 기어드모터를 만드는 회사 GGM’이란 이미지로 국내외 시장에서 제품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이영식 대표는 “기어드모터를 만드는 회사는 BLDC 모터도 꼭 성공시켜야 할 분야”라고 강조하며 “이번에 설립된 연구소도 작은 용량의 BLDC 모터에서 1KW 용량의 대용량 제품까지 개발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GGM은 기어드모터에 이어 BLDC 모터, 그리고 유성감속기까지 끊임없이 사업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에 GGM은 우선적으로 소형 유성감속기 라인업을 마무리 하고 BLDC 모터도 400W 용량의 제품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원활한 제품을 위해 파주에 새로운 공장 설립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