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의 업그레이드 전략”

생산자동화 실현한 제조업 큰 변화의 원년 될 것으로 예상


로봇 및 첨단 CNC 포함한 ‘중국 제조 2025’ 10대 영역 주목

 

중국 정부는 지난 3년간 제조강국 진입 전략을 구상해왔다. 가장 먼저 장기비전을 설정했는데, 앞으로 10년(2015~2025년) 안에 전 세계 제조업 ‘2부 리그’에 들어가고, 그 다음 10년(2025~2035년)엔 ‘1부 리그’에 진입한 뒤, 신중국 수립 100주년(2049년)을 앞둔 세 번째 10년 기간(2035~2045년)에 1부 리그의 선두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3단계 제조 강국 이행 전략의 첫 단계에 대한 로드맵이 올 3월 말 ‘중국 제조 2025’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었으며,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글│LG경제연구소 이철용 연구위원


독일의 ‘공업 4.0’ 모델로 한 ‘중국 제조 2025’


‘중국 제조 2025’는 독일의 ‘공업 4.0’을 모델로 수립되었으나, 중국 제조업 특유의 발전경로와 복잡다기한 현안 이슈들을 고려해 독일처럼 제조기술 혁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히기보다는 제조업 업그레이드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 전략산업을 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 발전단계를 ▷증기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이용한 ‘공업 1.0’ ▷전기를 이용한 공장제 대량생산 시대인 ‘공업 2.0’ ▷전자정보기술을 활용해 생산자동화를 실현한 ‘공업 3.0’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기반의 스마트 공장으로 상징되는 ‘공업4.0’ 등 네 단계로 나눌 때, 중국은 전반적으로 ‘2.0’에서 ‘3.0’로 이행하는 단계에 있다.

 

개별기업들은 저수준의 2.0부터 고수준의 3.0까지 매우 폭넓은 범위에 분포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유형의 과제들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발전단계별 또는 유형별로 맞춤형 접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통산업 가운데 생산능력이 과잉인 부문은 정리, 합병 등의 방식으로 도태시키는 게 급선무다. 임금 코스트에 있어 비용 우위가 사라진 기업들은 중서부 지역이나 해외로 시급히 이전시켜야 한다. 국가대표급 우량기업들은 시장과 기술, 브랜드 확보를 통해 글로벌 강자 지위로 올라서는 게 과제다.
 

 

중국 경제의 공룡이랄 수 있는 국유기업들을 민영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제는 더 이상 해결을 미룰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아울러 오늘날 국가간 제조업 업그레이드 경쟁의 핵심요처로 부상한 인터넷 기술의 산업적 응용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공통적으로 미래산업으로 꼽고 있는 분야에서 잠재적 비교우위가 있는 개별산업을 조기선정, 육성해 제조강국 도약의 지렛대로 삼는 것도 긴요하다. 나아가 제조업 전환 및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그 동안에는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각각의 발생 시점과 전개양상에 따라 개별적으로 마련되고 시행되어왔다. 올해는 다르다. 여러 이슈들이 하나의 큰 틀 안에서 논의되고 주요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3월 양회에서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 전략이 리커창 총리의 입을 빌어 처음 공개되었고, 수년간 공을 들인 일대일로 구상이 구체화되었다. 국유기업 개혁 방안이 이르면 올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올해는 중국 산업 구조조정과 제조업 업그레이드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성 신흥산업에서 ‘중국 제조 2025’ 10대 영역으로


‘중국 제조 2025’는 제조업의 특정 분야가 아닌 제조업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이라는 점과 5년 단위로 수립된 과거의 규획들과 달리 10년 앞을 내다본 규획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조업 전반에 대해 톱다운 방식의 전략적인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한편,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모양새다. 이 규획의 하이라이트는 차세대 IT기술, 첨단 CNC 공작기계 및 로봇, 우주항공 장비, 해양공정 장비 및 고기술 선박, 선진 궤도교통 장비,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장비, 신소재, 생물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농업 기계장비 등 10대 영역을 중점 육성하겠다는 부분이다.

 

2010년 공식 선정, 발표된 7대 ‘전략성 신흥산업’ 육성 계획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 전략성 신흥산업 목록 가운데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신에너지 등 2개 분야가 제외되었다. 전자는 산업화 및 규모화가 너무 느리고, 후자는 태양광발전에서 보듯 성장 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산업이다.

 

둘째, 이번 10대 영역은 그간의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 성과와 최근 부각된 현안 이슈들을 고려해 육성 분야를 한층 더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예를 들어 전략성 신흥산업 중 한 가지 영역이었던 첨단장비 제조는 이번에 로봇, 우주항공 장비, 해양공정 설비, 궤도교통 장비, 농기계 장비 등으로 세분되었다. 특히 급속한 도시화에 따라 국지적으로 인력이 부족해진 농촌 현실을 반영해 농업기계 장비가 추가되고, 지정학적 갈등이 재연될 개연성에 대비해 공중이나 해상 방위에 응용될 수 있는 장비 분야를 중시한 점이 주목된다.


‘중국 제조 2025’는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 강화 추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서둘러 제조업 재(再)공업화를 추진해 선진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으며, 독일은 ‘독일 2020 첨단기술 전략’(2010년)과 ‘공업 4.0’(2012년)을 통해 최근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제조공장의 스마트화 구상을 펼쳐 보였다. 영국(‘영국 제조 2050’·2013년), 인도(‘Make in India’·2014년), 일본(‘기술전략도 2013’) 등도 뒤질세라 나름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흐름은 일종의 제조업 패권경쟁의 초기 양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면면을 보면, 목표 수준과 방법론이 제각각인데다, 대부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상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장기 계획들이다.
 

 

현란한 캐치프레이즈들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장기 저성장 및 저고용 추세에 대한 대응으로 일부 선진국들이 주도한 이른바 ‘제조업의 재발견’이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 제조 2025’에는 ‘제조업 패권을 빼앗아오겠다’는 낭만적인 꿈보다는 제조 강국들, 특히 독일이 주도하는 공업 4.0 국면 초기에 이들과의 격차가 더 이상 벌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수세적인 고려가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첨단 장비제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입관세 인하, 외자 유치 등 많은 공을 들였지만, 선진국들의 기술보호주의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나서야 하는 실정인데, 이런 고민이 이번 규획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중국 제조업이 약해진 건 아니다


전통적인 비교우위 부문에서 임금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종합적인 제조 경쟁력 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제품 하나 당 임금비용은 인건비 이외에 교육수준, 근로윤리 등에 좌우되는 노동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또 제품 단가는 임금비용 이외에 제조 인프라의 발달 정도와 관련이 깊은 물류 비용, 시장 개방과 국제화 수준에 달려 있는 관세, 통관수수료 같은 수출입 비용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매킨지에 따르면, 2007~2012년 중국의노동생산성은 11% 향상되었고, 태국은 8%, 인도네시아는 7% 개선되는데 그쳤다. 중국의 수출입비용은 아세안(ASEAN) 국가들보다 24% 낮으며, 통관절차 소요시간은 40%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제품 단가가 아니라, 단가와 고객가치(디자인, 품질, 고객체험 등) 간의 비교를 통해 나타나는 가성비이다.

 

중국은 노동생산성 개선 여지가 적고 임금비용 비중이 큰 신발, 잡화 등 일부 경공업 영역에서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임금비용 비중이 낮거나 품질 및 디자인 차별화 여지가 큰 경공업 제품군에서는 여전히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의류제품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2.6%에서 2013년 43.1%로 상승했다. 조립공장을 저개발국에 빼앗기는 대신 소재나 부품 영역에서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중국 본토 기업들이 중국 수출품의 가치에 기여하는 부분은 1990년대 중반 40% 수준에서 최근 약 65%로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바깥으로 공장을 옮긴 세트업체들에 중국 기업들이 부품이나 소재를 공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교우위 영역의 재조정에 힘입어 제조업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05년 9.5%에서 2013년 18.5%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중국 제조업에 대해 ‘위기’ 운운하는 것은 엄살이 아닌가 의심이 들만도 하다. 하지만 기존 구도에서는 그럭저럭 잘 버텨왔으나,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 커다란 변화가 진행될 앞으로가 문제라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성숙 단계에 이른 전통 제조산업들이 인터넷 및 정보통신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색이 시작되었고, 차세대 IT, 신에너지자동차, 첨단장비 등 미래산업 영역에서 국가 간 주도권 다툼이 본격 점화되었다. 그런데 중국은 과거 유산(과잉 생산능력)에 발목이 잡혀있고 미래산업 산업화 역량은 턱없이 밀리고 있다. ‘어떻게 이 난관을 돌파하고 ‘커브 길에서 추월하기’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가 중국의 고민인 것이다. 산업 구도의 변화 방향에 맞는 제조업 경쟁력 제고는 중국 경제가 중고속성장 단계 안착을 목표로 하는 신창타이로 가기 위해반드시 풀어야 할 첫 번째 도전과제라 할 수 있다.


한국, 일본, 미국의 제조업 변화 추이


오늘날 중국 제조업 상황은 한국이나 일본, 미국 등이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서너 차례씩 거쳤던 제조업 전환기를 연상시킨다. 이들 국가는 저개발 단계에서 출발해 현재의 중국보다 높은 발전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시장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른 산업의 생산능력을 줄이고 전도가 불투명한 신생산업의 생산능력을 과감히 늘리는 고통스럽고 모험적인 과정을 주기적으로 겪으면서 일련의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한국의 경우 1969~1972년 이른바 ‘차관기업’(석유화학, 제철, 자동차, 방직 등) 부실화, 1979~1981년 자동차, 발전설비, 건설중장비, 석탄, 조선 등 중화학공업 부실화, 1980년대 중반 비료, 해운, 해외건설업 등의 생산능력 과잉,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철강,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설비과잉 등 대체로 10년 간격으로 기업 부실화 위기를 겪었다.

 

직전까지 한국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산업에서 추가적인 시장 성장이 둔화하면서 설비가 과잉 상태에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러한 위기를 ‘산업 합리화’, ‘부실기업 정리’, ‘구조조정’ 등을 통해 벗어났는데, 부실화된 기업을 매각, 파산, ‘사업교환’ 등 방식으로 처리해 국가경제의 생산능력을 줄이고 성장산업 위주로 자원을 재배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일본의 경우 중화학공업과 기계, 전자, 자동차 등 일본 제조업 신화의 주역이었던 산업들에서 주기적으로 생산능력 과잉 위기에 봉착했으나, 주로 해외수출 확대와 설비 해외이전을 통해 제조업 조로(早老) 위기를 헤쳐나갔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 철강, 석탄, 화공, 자동차 산업의 설비과잉 위기와 2000년대 초반 전자 및 정보통신 산업의 버블 위기를 낙후설비 도태와 구조조정, 서비스업과 첨단기술 산업육성 등 과감한 정책 대응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주는 의미


제조대국 중국이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면적이고도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부문과 신생부문을 아우르고, 민간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국유기업 개혁까지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이고, 그 동안 개별 이슈로 다루어져 온 과제들을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대응이다. 대응의 방향은 한 마디로 ‘체질 강화’와 ‘해외 진출’로 요약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 구조조정이나 혁신보다 성장과 캐치업에 익숙한 기업 체질, 경제 효율보다는 경제규모(GDP)에 경사된 경제운영 관행, 기존의 산업구조와 경제운영 방식에서 혜택을 입은 기득권 세력의 반대나 반발 등이 체질 강화를 위한 개혁을 더디게 하거나 좌초시킬 우려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천한 해외 비즈니스 경험과 글로벌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 기술과 브랜드 면에서 여전히 현격한 실력 차 등이 해외시장 개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제조강국 도약의 가장 강력한 추동력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용의주도한 장기 정책 기획력과 안정적이고 강력한 정책 집행력이다. 그 동안 홈그라운드에서 외국기업들과 오랫동안 경쟁하면서 서구기업들의 기술과 관리능력을 빠르게 흡수해온 중국의 우량 대기업들은 배포 큰 구상과 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제패를 노리고 있다. 향후 10년 중국의 제조강국 드라이브의 성공 여부에 대한 예상은 분분하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이고, ‘지금부터는 해보지 않았던 일을해야 한다’는 게 비관론 내지 신중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일본과 한국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세 번째로 제조업 강자리그 진입을 노리는 중국은 한국 이상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일본보다 더 거칠게 도전하여 제조업 경쟁구도 변화의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도전이 한국 기업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중국이 제조강국으로 올라선다면, 글로벌 제조업 및 산업 패권을 노릴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단순히 신참자로서 기존강자들의 점유율을 일부 빼앗는 것을 넘어 스마트가전, 모바일인터넷, 바이오, 대체에너지, 신소재 등 이제 막 봉오리가 생기거나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 미래산업 분야의 주도권 다툼에 가담할 수 있다. 중국이 늘 꿈꿔온 ‘커브 길에서 추월하기’의 첫 번째 성공사례가 될 수도 있다.


둘째, 이 도전을 통해 중국 제조업은 분명히 지금보다 강해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우수한 제품/기술과 세련된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을 맞부딪히게 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당장 선진국 시장에서 발을 붙이기는 쉽진 않지만, 중국과 비슷하거나 낮은 발전 단계에 있는 개도국 시장에선 상당히 빠르게 메이저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다. 이러한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시장이야말로 글로벌 시장 가운데 앞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될 것이며, 미래 소비의 주역이 될 젊은 소비자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래의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이다.


셋째, 중국 기업들의 역량은 각 산업의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되어 나갈 것이다. 세트(완제품 조립) 역량은 물론이고 부품 소재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전통기업에서 신흥기업으로, 이어서 스타트업에서 장외벤처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도 빠르게 착근되어가고 있다.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아세안(ASEAN) 같은 주변국들에 넘겨주고 기술 및 자본 집약적 산업들을 중심으로 아시아 밸류체인의 중심이 되는 전략을 밀고나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투박하지만 계획된 행보는 중국과 매우 넓은 범위에서 협력과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전략 선택의 폭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응을 서두를수록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자유도가 높아질 것이다.

 

대응방식은 우리와 중국 간 경쟁우위의 변화를 미리 내다보면서 경쟁과 협력 영역을 재조정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쟁우위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영역에서 중국의 도전을 강력히 뿌리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금 당장 경쟁우위가 있더라도 중국의 잠재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경우 당해내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들의 세트 능력이 압도적으로 강한 영역에서는 밸류체인 상류로 옮겨가거나 출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물어물하다가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 중심의 ‘아시아 밸류체인’에서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중국의 제조강국화 노력이 우리에게 위협만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 및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가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유기업 개혁 방안에 포함되어 있는 국유기업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 민영화에는 제한된 조건 하에서 외국기업의 참여도 가능하다. 이보다 더 유망한 투자 기회는 스타트업이나 인큐베이팅 단계의 기업들에 있다. 이런 기업들은 대다수가 상장 이전 단계에 있어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이 많지 않다. 중국 정부 일각에서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장외기업들의 장내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혁신 역량을 흡수하는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창업판의 주가 버블이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한 정도로 극심한 상황인데, 주가 조정이 일단 시작되면 장외시장도 일파만파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판 벤처 거품이 꺼지고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절호의 투자 타이밍이 될 것이다.

 

 

자료제공 | LG경제연구원(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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